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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토머스 프리드먼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도서 리뷰를 남겨보겠습니다.

[도서 리뷰]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토머스 프리드먼

세계화는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사회현상

따라서 세계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곧 우리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이 블로그에서 세계화에 관한 중요한 책(Martin Wolf, <Why Globalization Works>)을 하나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또 하나의 중요한 책,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소개할까 한다.

저널리스트, 프리드먼

이 책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책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받은 정말 대단한 언론인이다. 그는 본래 중동문제 전문기자로 출발한 사람이고 주로 외교문제 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이 사람이 얼마나 뛰어난 기자인가를 알려면, 그가 중동 특파원 시절에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정리한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1989, 한글 번역본은 창해, 2003)를 읽으면 된다.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첨부터 끝까지 정말 흥미진진하며,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가득 찬 책이다. 그는 나중에 관심의 범위를 넓혀 외교문제만이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나 세계경제에 대해서도 많은 기사와 칼럼을 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가 갖게 된, 세계화에 관한 생각을 총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다. 내가 앞서 소개한 마틴 울프의 책이 학술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면, 프리드먼의 이 책은 철저히 저널리즘적이다. 그러니까 울프가 세계화에 관한 이론, 논리적 분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학자들의 실증분석을 정리하고 있는 데 비해, 프리드먼은 기자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기가 취재한 경험, 이를 통해 보고 듣고 이해하게 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엮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프리드먼의 책에서는 엄밀하고 정확한 논리를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더 이야기하겠지만, 그가 전개하는 논지는 과장된 면이 많고 논거는 취약하다. 하지만 그의 책은 세계화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건들, 이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 느낌, 이해, 이런 것들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은 세계화를 이끌어가는 주도세력, 즉 미국이나 유럽의 엘리트 집단이 세계화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프리드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체로 『비즈니스 위크』에 매주 등장하는 이야기와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 나름대로 이 지적을 해석하자면, 이는 곧 세계화 주도세력이 스스로 옳다고 믿고 있는 이야기, 나머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옳다고 선전하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나는 이 독서일기에서 이 책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점을 논평하려고 한다. 하나는 책의 제목과 관련된 논평이고 다른 하나는 책이 전개하는 논지와 관련된 논평이다.

렉서스는 있으나 올리브 나무는 없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인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 대해 생각해 보자.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렉서스는 세계화를 상징하는 단어다. 렉서스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최고급 모델로, 미국에서 초특급 히트를 친 바 있고, 요즘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좋아서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렉서스의 매끈한 외관은 정말 세계화의 첨단을 상징하기에 그만이다. 요즘의 세계화 시대는 정보통신 기술이 최첨단인데, 프리드먼이 전통적 제조업의 대표주자인 자동차를 세계화의 상징으로 택한 것은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렉서스가 최첨단 자동차의 상징이고, 또 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의 대표상품이라는 점에서 세계화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올리브 나무는 무엇인가? 올리브 나무는 공동체, 민족, 종교 같은 세계화 시대 이전의 전통적 가치를 상징한다. 프리드먼은 중동문제 전문가답게 중동에서 많이 자라는 올리브 나무를 상징으로 택했다. 세계화가 오늘의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세계화가 곧 세계 전체는 아니다. 오히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렉서스라기보다는 올리브 나무다. 프리드먼은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이 점은 세계화가 아직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인 점도 있겠지만, 올리브 나무에 대한 욕구, 즉 공동체에 대한 욕구, 영적 의미와 가치관에 대한 욕구가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원초적 욕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프리드먼은 오늘의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렉서스만이 아니라 올리브 나무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또, 세계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꿔 나가려면, 렉서스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올리브 나무를 가꾸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 이 점에서 프리드먼의 식견은 탁월하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거의 렉서스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올리브 나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간의 긴장과 상호작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 자신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책 초판본이 나온 후 이 책을 실어가기 위해 자기 집에 온 배달업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직원은 올리브 나무에 대해 물었다. 프리드먼은 이 에피소드를 개정판에 추가하면서 올리브 나무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새로 책을 한 권 써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 지 9년이나 지났지만, 프리드먼은 아직 올리브 나무에 대한 책을 쓰지 않고 있다. (프리드먼이 2005년에 낸 책, 『세계는 평평하다』(창해, 2005)는 렉서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더 써 내려간 책이다. 그리고 올해 낸 책,『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Hot, Flat, and Crowded: Why We Need a Green Revolution and How It Can Renew America는 환경문제에 대한 책이다.) 본질적으로 옳은 통찰력을 이야기하고 이를 제목으로 달았음에도, 내용에서는 이를 구현하지 못한 셈이다. 참으로 아쉽다. 나중에 언젠가 그가 그런 책을 쓸까?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도서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