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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진화의 역사와 진화의 여러 가지 추동력

안녕하세요 진화의 역사와 진화의 여러 가지 추동력에 대한 리뷰입니다.

[도서 리뷰] 진화의 역사와 진화의 여러 가지 추동력

진화의 역사와 진화의 여러 가지 추동력

이번에는 생명체의 진화과정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진화라는 단어는 언뜻 생각하기에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진보나 전진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실제 생명의 역사를 보면 생명의 진화는 반드시 지속적이거나 점진적인 것만은 아니며, 일정한 방향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생물학자들이 화석 연구를 통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생명체의 다양성, 즉 종의 수는 다윈의 생각처럼 지속적, 점진적으로 증가해온 것이 아니라, 대멸종과 대폭발이라는 매우 급진적이고 커다란 변화 과정을 거쳐 왔다고 한다. 진화의 추동력이 생명체와 자연환경 간의 상호작용이라 한다면, 그러한 상호작용에 대단히 급격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의 대멸종 중에서 가장 파괴적이었던 것은 2억 5천만 년 전(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의 경계 시기)에 일어난 것으로, 이때 생명체의 약 90%가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사라졌다. 그다음으로는 6천5백만 년 전, 백악기 말기에 일어난 대멸종이 유명한데, 이때 공룡을 포함해 생명체의 약 70%가 멸종했다. 대멸종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유력한 가설은 대규모 화산 폭발이나 운석의 충돌 등으로 인해 지구의 자연환경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로 급격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룡을 멸종시킨 6천5백만 년 전의 환경 변화는 대운석의 충돌 때문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모양이다. 간단히 말해서 지구의 환경은 지구 자체가, 그리고 나아가서 우주 전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 있고, 이런 자연환경 변화가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곧 자연환경과 생명체 간의 상호작용이다. 어떤 생명체를 둘러싼 여러 환경 중에서 다른 생명체의 존재도 그 생명체의 진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이처럼 어떤 종과 다른 종이 서로의 진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켜 “공진화”(coevolution)라 부른다. 대표적인 예로 현화식물(꽃을 피우는 식물)과 곤충 간의 공진화를 들 수 있다. 곤충은 꽃에서 꿀을 얻고, 그 대신 꽃가루를 자신의 몸에 묻혀 다른 꽃으로 전달함으로써 현화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꽃가루받이에 관여하는 곤충들은 긴 혀를 갖고 있어서 긴 관 속에 들어 있는 꽃의 꿀을 먹을 수 있는데, 곤충의 혀와 꽃의 관은 공진화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다. 공진화는 공생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포식자와 먹이 사이의 군비 경쟁도 공진화의 좋은 예가 된다. 포식자는 먹이를 잡기 위해 더 빠른 다리, 더 강한 턱, 더 날카로운 시각을 진화시키며, 먹이 역시 더 빠른 다리, 더 튼튼한 갑각, 더 뛰어난 위장술을 진화시킨다. 인간이 발전시킨 여러 가지 기술도 생명체의 진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이 살충제를 만들어내자 그 살충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새로운 종의 곤충이 진화한다. 인간은 새로운 살충제를 만들고 또 새로운 곤충이 나타난다. 인간이 병균을 박멸하는 항생제를 만들어내자 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병균이 진화한다. 항생제의 남용으로 더 강력하고 더 해로운 병균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의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이런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 병균을 완전히 박멸하려 하기보다는, 이를 길들임으로써 인간과 공생할 수 있는, 덜 치명적인 병균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다윈은 자연선택 외에 또 다른 강력한 진화의 추동력이 있음을 지적했다. 性선택(sexual selection)이 바로 그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성선택은 자연선택과 별개인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특수한 한 가지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과 식물은 암수의 성 구별이 있으며 양성생식을 한다.

암수의 구별은 애초에 왜 생긴 걸까?

생물학자들은 양성의 존재도 결국 진화를 위한 적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양성생식을 하는 종이 무성생식을 하는 종보다 경쟁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양성생식이 유전자의 무수한, 다양한 조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유해한 기생생물의 퇴치에 효과적이었기 때문(무성생식을 하는 종에서 기생생물에 취약한 유전자는 그대로 후대에 전달되어 생존확률이 낮아지게 되는 반면, 양성생식에서는 배우자로부터 기생생물에 강한 유전자를 받아 생존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는 것이 양성생식을 하는 종이 번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양성의 존재 자체가 다른 생명체의 영향에 적응하는 공진화의 결과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렇게 양성이 존재하게 되자 짝짓기가 무척 중요하게 되었다. 같은 종 내의 다른 암컷 또는 수컷과의 짝짓기에 성공해야만 자기의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릴 수 있다. 그래서 양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들 중에서 상대방의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한 (돌연변이된) 유전자를 가졌던 개체가 더 성공적으로 번식하여, 새로운 형질의 진화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윈이 든 가장 유명한 예가 수컷 공작의 꼬리이다. 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생존에는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암컷의 선택을 받는 데는 유리한 요인이며, 바로 그 점 때문에 점점 더 화려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암컷이 화려한 꼬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화려한 꼬리를 가졌다는 것이 그 수컷이 건강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징표가 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인류의 기원

생명체의 진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결국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에서 절정에 이른다. 인간은 포유류의 일종인데, 포유류 중에서도 원숭이들과 같은 무리에 속한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원숭이는 原猿類와 眞猿類의 두 亞目으로 나뉘고, 진원류는 다시 꼬리 감는 원숭이상과, 긴 꼬리 원숭이상과, 사람상과의 세 무리로 나뉜다고 한다. 사람상과에는 인간,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 긴팔원숭이가 속한다. 이 중에서 침팬지(및 보노보)가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사람상과에 속하는 원숭이들은 꼬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고 그래서 영어에서는 이들을 ape라고 지칭한다. 나머지 꼬리 있는 원숭이들은 monkey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몽키가 아니라 에이프의 일종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인류의 기원은 내가 막연히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과 사뭇 달랐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원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진 결과라고 한다. 인간과 침팬지, 보노보는 모두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종들인데, 인간과 침팬지는 약 500만 년 전에, 그리고 침팬지와 보노보는 그보다 훨씬 후인 300만 년 전쯤에 갈라졌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새로운 내용이 아닌데, 그다음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러니까 침팬지와 갈라져 나온 인간의 무리를 “호미니드”라고 부르는데, 호미니드는 다시 여러 종으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에 배울 때에는 북경원인, 자바 원인, 네안데르탈인 등 같은 호미니드의 여러 종이 그대로 진화하여 오늘날의 현생인류가 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현생인류 내의 여러 인종은 아주 오래전에 서로 갈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호미니드의 여러 종은 모두 멸종했고, 오직 한 가지 종,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아 모든 현생인류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북경원인은 오늘날 중국인의 조상이 아니고, 네안데르탈인은 오늘날 유럽인의 조상이 아니다. 모든 현생인류의 공통 조상은 약 1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불과 수천 명 규모의 작은 집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류는 오늘날 보는 것 같은, 여러 인종, 종족 간의 커다란 외모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은 유전적으로 매우 동질적인 집단이라는 것이다. 어느 숲 속에 사는 작은 침팬지 무리들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이 인류 전체의 유전적 다양성보다 더 크다고 한다. 또, 인종이나 종족 간의 유전적 차이는 그리 크지 않으며, 그보다는 한 인종이나 한 종족 내 인간들 사이의 유전적 차이가 훨씬 크다고 한다. 나는 같은 민족만을 동포로 여기는 민족주의보다는 모든 인류가 한 형제라는 사해 동포 주의가 더 아름다운 이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 이상은 생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셈이다. 그럼, 인류는 어떻게 해서 다른 모든 동물보다 훨씬 더 똑똑한 동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인간이 똑똑한 것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발달한 뇌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 역시 자연선택과 성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즉 침팬지와 인간이 갈라진 것은 인간의 무리가 다른 침팬지와 다른 서식환경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 서식환경의 특수성이 인간의 진화 방향을 결정지었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의 추측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은 본래 숲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환경의 변화로 어떤 무리들이 숲에서 나와 사바나(長草와 관목림으로 구성된 초원 지대)에서 살게 되었다. 도망갈 큰 나무가 별로 없었던 사바나의 환경에서는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개체들이 모여 큰 집단을 이룰 필요가 있었다. 이런 집단생활에서는 서로 의사소통하고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필요했는데, 이런 필요성으로부터 뇌가 진화했고 결국 언어가 나타났다. (인간의 언어지능은 후천적으로 학습에 의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뇌의 구조 자체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 최근의 유력한 가설이라고 한다.) 한편, 사회생물학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뇌, 정신, 언어의 진화를 추동한 또 하나의 강력한 힘이 성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은 우수한 배우자를 찾고, 우수한 배우자에게서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섬세한 언어와 심리를 발전시켰고 그 결과 뇌가 결정적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다. (성선택에 의한 인간의 진화를 상세하게 설명한 책으로는 제프리 밀러, 『메이팅 마인드』, 소소, 2004 참조.) 하지만 사회적 동물이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개미도 고도로 사회적인 동물이며, 또 개미 중 어떤 부류들은 인간과 유사하게 농사까지 짓는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인간과 비슷하게 사바나의 환경 속에서 살던 다른 많은 초식 포유류들도 역시 집단생활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성선택에 의한 진화도 인간 외의 많은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사회생활과 성선택이 인간을 탄생시켰다는 이야기를 더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른 동물과의 더 상세하고 풍부한 비교가 필요할 것 같다. 사회생활의 필요성과 성선택이라는 추상적으로는 동일한 과정이 인간에게서는 인간적 특징을 발달시켰고 다른 동물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진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다.

생명의 신비와 인생의 의미

진화론이나 생물학에 대한 이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가치 있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우리의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신에 관하여”라는 제목 아래에서, 진화론이 기존의 종교적 세계관에 미친 영향,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생물학자들과 기독교 원리주의자들 간의 투쟁을 다루고 있다. 미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기독교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이고, 그래서 기독교적 세계관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서두에서도 지적했듯이 다윈의 진화론은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어 온 기독교인들의 세계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에 대한 반발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조금 더 이성적이고 온건한 기독교인들은 성서의 이야기를 비유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윈이 발견한 진화법칙 자체가 神의 창조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윈의 진화론을 기독교적 세계관과 조화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물러설 수 없었던 원리주의자들은 진화론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투쟁을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전개하고 있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이 진리라면, 기독교나 이슬람교 같은 기성 종교들이 믿는 神, 즉 아인슈타인의 표현을 빌리면, “의인화된 신”, 마치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神, 그러면서 세상사를 온전히 주관하는 神은 진리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진화의 법칙과 생명의 신비에 대한 이해는 종교뿐만 아니라, 그 밖의 많은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준다고 본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최근에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간의 “통섭”(consilience)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북스, 2005 참조.) 내가 이해하기로는 통섭이란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에 대한 지식의 기초 위에 서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나아가서 생명의 신비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 즉 인생관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로서는 진화를 통해 성립한 놀라운 생명체의 다양성보다도, 그 다양성 뒤에 숨어 있는 놀라운 보편성이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와 다른 인간이 같고, 인간과 다른 동물이 같으며, 나아가서 모든 생명체가 보편성을 공유한다는 인식(궁극적으로 더 나아가자면, 이 우주 전체가 보편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뭔가 인생을 달관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 않는가!

이번 시간에는 진화의 역사와 진화의 여러 가지 추동력을 읽고 도서 리뷰를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