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도서 리뷰] 정치제도와 소득 재분배에 대한 리뷰

정치제도와 소득 재분배에 대한 책 리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도서 리뷰] 정치제도와 소득 재분배에 대한 리뷰

정치제도의 차이

알레지나와 글레이저는 미국과 유럽 사회복지제도가 큰 차이를 보이게 된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요인 중에서 먼저 정치제도의 차이를 살펴보자. 미국과 유럽 정치의 가장 큰 차이는 사회주의 정당의 유무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에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사회주의 정당들이 출현하여 많은 나라에서 주요 정당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도 사회주의 정당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 실패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사회주의 정당은 대체로 노동(조합)운동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에서는 유럽과 달리 노동운동이 정치세력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회 선거제도의 차이

알레지나와 글레이저는 비례대표제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그 비중이 얼마나 큰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은 지역구 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비례대표제가 지역구 제도와 공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만 뽑힐 경우, 의원들은 전 국민적 소득 재분배 제도에는 별 관심이 없고 지역 개발 사업이나 지역구 민원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이를 가리켜 흔히 “포크 배럴”(pork barrel) 정치라고 말한다. 정책보조금을 얻으려고 모여드는 의원들이 마치 농장에서 농장주가 돼지고기통에 한 조각의 고기를 던져줄 때 모여드는 노예 같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반면 전국구에서 뽑히는 비례대표는 국가 전체의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지역구 다수대표제가 주요 정당에게 유리한 제도라면, 비례대표제는 소수파 정당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소득 재분배를 지지하는 좌파 사회주의 정당은 흔히 소수파 정당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는 비례대표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비례대표제의 유무와 그 비중은 앞에서 본 사회주의 정당의 유무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유럽에서는 사회주의 정당이 진출하면서 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켜 정치권력을 키울 수 있었던 데 반해, 미국에서는 지역구 다수대표제가 고수됨으로써 기존의 주요 정당이 계속 정치를 장악할 수 있었다.

연방제의 유무도 미국과 유럽의 중요한 차이

유럽에도 독일처럼 연방제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있지만, 미국의 연방제가 훨씬 더 연방적인 성격이 강하다. 연방제의 유무가 중요한 것은 재정이 지방별로 분권화되어 있을수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제도가 발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유럽보다 재정 분권화 정도가 높고 조세부담률은 낮다. 알레지나와 글레이저는 미국의 재정 분권화라는 제도 자체가 소득 재분배를 회피하려는 정치가들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의 정치제도는 유럽에 비해 권력 분립의 성격이 더 강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상원과 대법원의 파워가 강해서 대통령의 파워를 제약한다. 이런 “견제와 균형”은 얼른 생각하기에는 민주주의를 뒷받침해주는 것 같지만, 알레지나와 글레이저는 실은 이런 제도적 특성이 미국 정치의 보수주의적 편향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상원과 대법원이 저소득층에 유리한 재분배 제도의 실행을 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정치제도의 역사적 기원

이제 알레지나와 글레이저는 왜 미국과 유럽 정치제도의 성격이 이렇게 달라졌는지, 그 역사적 기원을 설명한다. 미국은 본래 유럽보다 더 민주적이고 일반시민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로 출발했다. 17세기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비교적 엄격한 계급사회였던 유럽에서 탈출한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19세기까지 많은 유럽 나라들은 전통적인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어서 정치 상황은 대단히 보수적이었고 지배계급에게 유리했다. 그런데 19세기 말 이후 유럽에서는 대단히 급격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 유럽과 미국 정치제도의 성격이 역전되어 버렸다. 미국 정치가 더 보수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유럽 정치가 더 좌파적인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알레지나와 글레이저가 지적하는 핵심적 요인

크게 두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노동계급이 스스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치세력화할 수 있었나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배계급이 이들의 정치운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압할 수 있었나 하는 것이다. 지난 백여 년의 역사 중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이 두 가지 요인과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에 따라 오늘날 미국과 유럽 정치제도의 기본 성격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어 종전의 농민과 달리 정치세력화가 훨씬 더 용이한 노동계급이 생겨났고, 실제로 이들을 배경으로 노동운동과 좌파 정치운동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사정이 같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파워를 결정한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서 미국과 유럽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하나는 미국이 지리적으로 너무 큰 나라여서 노동계급 및 노동운동도 지리적으로 흩어져 전국적 정치세력화를 하기가 더 어려웠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인 워싱턴이 노동운동으로부터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에 비해 유럽의 대다수 나라들은 수도 자체가 노동운동의 본거지가 되어 기존 집권자들에게 훨씬 더 위협적인 총파업이나 폭동, 무장혁명 등이 가능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유럽보다 인종적․종족적 이질성이 심해서 노동운동의 통일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유럽에도 서로 다른 종족으로 구성된 나라들이 있긴 하지만, 미국의 인종적 이질성에 비해 그 이질성의 정도가 약하고, 많은 나라들이 동일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노동운동 세력이 단결하기가 더 쉬웠다. 이미 19세기에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미국에서 노동운동 및 사회주의 정당이 발전하기가 어려운 이유로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배계급이 좌파 정치운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주로 군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유럽에서 좌파 운동이 정치무대에서 진정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던 주된 역사적 고비는 1차 세계대전 및 2차 세계대전 직후였다. 전쟁으로 인해 유럽 각국의 군대 및 군부가 무력화되어(특히 패전한 국가에서는 더더욱), 노동계급의 총파업, 폭동, 무장혁명 등을 진압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웠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기존 집권세력은 노동운동이나 좌파 정치운동 중에서 온건한 분파인 사회민주당을 정치권 내로 포용하는 양보를 하고 그 대신 훨씬 급진적인 공산당 세력을 분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실패한 러시아에서는 공산혁명이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민주당이 요구하는 정치제도(비례대표제 등)와 소득 재분배 제도가 유럽의 기본적 사회제도로 정착하게 되었다.

군대의 능력과 관련해서 또 하나 중요한 요인

군대가 일반 시민으로부터 얼마나 분리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군대가 독립적 집단이거나 일반 시민과 접촉이 별로 없다면, 이들은 집권세력이 요구하는 대로 좌파 운동을 억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군대가 일반 시민과 많이 접촉하거나, 흔히 큰 전쟁의 시기에 그러하듯이 군대 자체가 일반 시민으로 구성되어 버릴 경우에는 군인들 자신들이 노동계급의 요구에 공감하기 때문에 좌파 운동을 억압하는 데 소극적이게 된다. 미국은 유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전쟁의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고 1차대전과 2차대전에서 승리했으며 군대가 그다지 무력화되지 않았다. 특히 결정적 시기였던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 사이에 미국 군대와 군부는 일반 시민과 분리된 독립적 집단의 성격을 유지했고 노동계급의 파업이나 좌파 정치운동을 진압하는 데 열심이었다. 이에 덧붙여, 알레지나와 글레이저는 미국 정치에서 보수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상원과 (대)법원제도의 역사적 기원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은 미국의 상원은 그 자체가 부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제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국의 상원은 하원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상원의 선거 과정에는 돈이 많이 들고 그래서 상원은 흔히 부자들의 클럽이라는 성격을 띠었으며 초창기에는 심각한 부정부패가 개입되었다. 법원도 선거를 통하지 않는 엘리트 집단이라는 점에서 반민주적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의 법원은 유럽의 법원보다 보수적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 미국의 법원은 판례를 중시하는 전통을 확립해서 보수적 판결을 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대법원은 종신제를 채택하고 있고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권력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강력한 대법원 제도는 1830년대 이후 당시 대법원장이 주도하여 확립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유럽의 (대)법원에서는 판례가 결정적이지 않고 위헌 심판 권한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제도와 소득 재분배에 대한 책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