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도서 리뷰] 제프리 삭스 학자의 커먼 웰스

제프리 삭스의 커먼 웰스를 읽고 리뷰 진행해보겠습니다.

[도서 리뷰] 제프리 삭스 학자의 커먼 웰스

세계적 경제학자로 유명한 제프리 삭스의 책

『커먼 웰스』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화제를 모았던 전작 『빈곤의 종말』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는 어떻게 하면 가난한 나라들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선진국이 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를 다뤘는데, 이번에는 이 문제에 덧붙여 인류 공동의 재산인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두 가지 문제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다. 지구환경의 위기에 따른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류 공동의 과제

삭스는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지속가능한 환경 만들기, 인구 압력을 줄이기,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나기가 그것이다. 우선, 환경 문제를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기후 변화, 물 부족, 생물 다양성의 감소라고 한다. 과거에는 환경 문제라 하면, 대개는 지하자원(특히 석유)의 고갈, 대기오염, 수질오염 같은 것들을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사정이 좀 달라졌나 보다. 삭스는 지하자원의 고갈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석유는 조금 빨리 고갈될지 모르지만,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화석연료들은 아직 매장량이 풍부해서 적어도 21세기 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럼, 22세기나 23세기에는 문제가 될까? 또, 그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같은 것도 별로 이야기를 안 하는데,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예전보다 많이 완화된 것 같다. 물론 가난한 나라들에선 오염 문제가 남아 있는데, 특히 수질오염은 물 부족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기후 변화 문제는 흔히 지구 온난화로 알려져 있는데, 삭스는 단지 지구가 따뜻해질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기후가 크게 변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가 우리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이 어떨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 영향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물 부족 문제는 주로 아열대 지방의 건조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다. 지구 육지 면적의 41%가 건조지대인데, 여기에 세계 인구의 35%가 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과 사헬 지방(사하라 사막 남쪽 지역)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지역의 10여개 나라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가장 낮은 나라들이기도 하다. 물 부족 문제는 기후 변화, 인구 증가에 따라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부족한 수자원을 둘러싼 지역 간, 국가 간 분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두 가지 문제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삭스가 세 번째로 거론하는 생물 종 다양성 감소 문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다음으로, 삭스는 인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구 폭발로 인해 지구가 위험에 처한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수없이 들어온 이야기인데, 여기에 그가 새로 보탠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선진국에서는 이제 인구 증가세가 거의 멈추어 가고 있고, 앞으로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포함한 많은 중진국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남은 문제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최빈국들에서 여전히 출산율과 인구 증가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인구 문제는 최빈국의 인구증가율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 하는 문제로 집약된다.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는 최빈국의 극단적 빈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삭스가 지난번 책 『빈곤의 종말』에서 이미 상세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는 최빈국이 지리적 조건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빈곤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외부에서, 즉 선진국에서 원조를 실시해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삭스는 최빈국뿐만 아니라 나머지 나라, 특히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빈곤층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사회복지제도를 크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긴 하지만, 삭스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공동의 과제를 적절히 잘 요약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한 가지 불충분한 것은 평화의 문제를 별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엔 주요 강대국 간의 세계전쟁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지만, 많은 나라에서 크고 작은 전쟁과 분쟁, 폭력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국 9.11 테러 이후엔 국제 테러리즘도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환경 문제와 인구 압력은 이런 분쟁의 압력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삭스의 테크노크라트적 접근

삭스는 이런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소리 높여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에는 뚜렷한 색깔이 있다. 시장경제의 기초 위에 서면서도 정부의 긍정적 역할을 강력히 옹호하는 중도좌파적 시각이 그것이다. 삭스는 자유시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고, 따라서 정부나 공공부문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앞에서 이야기한 인류 공동의 과제는 개별 국가의 정부가 개별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세계 정부가 존재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삭스는 이를 대신할 범세계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유엔의 역할에 대단히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그 자신이 오래 전부터 유엔 사무총장의 고문으로서 유엔에서 대단히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삭스는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이런 해결책들은 그의 독창적 제안은 아니고, 많은 과학자들, 정치가들, 정책 결정자들이 이야기해온 것 중에서 가져온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삭스가 이런 해결책에 대해 대단히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해결책을 실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그가 제안한 해결책은 대부분 정부 예산을 들여야 하는 사업들인데, 이를 위해 우리가 세금을 추가로 많이 내야 한다면, 사람들은, 나중 일이야 어찌 됐건, 이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는 세금을 조금만 더 내도 된다고 우리를 안심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말 그렇게 조금만 비용을 들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인류가 당면한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이라면, 비용을 더 많이 들여서라도 꼭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삭스의 여러 가지 제안은 모두 그럴 듯하고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해법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모두 삭스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 열심히 협력한다면, 삭스가 제안한 해결책이 잘 실시가 돼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지 않은가. 무엇보다 많은 후진국 정부가 정부다운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특히 최빈국의 경우 대개 부패하고 무능하며 억압적인 권력집단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나 인구 압력, 극단적 빈곤 등 삭스가 지적한 중요한 문제들이 모두 이런 최빈국의 문제인데, 그들의 정부가 나쁜 정부라면, 정부의 긍정적 역할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삭스는 국제원조가 최빈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나쁜 정부가 원조를 전용해 자신들의 사익을 채우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의식이 삭스의 책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범세계적 협력을 잘 추진하려면 선진국 정부도 삭스식 해법에 동조해야 한다. 하지만 그도 지적하고 있듯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미국 정부가 이제까지 대단히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태도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부시 행정부가 물러나고 중도좌파적인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섰으니까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할 것이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삭스는 군사비 지출을 줄이고, 국제원조라든가 지구환경 문제를 위한 정책에 돈을 쓰자고 이야기하는데, 미국 정부가 정말 군사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요즘 아프간 문제에 오바마 행정부가 계속 빠져 들어가고 있는 걸 보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나는 삭스가 지나치게 테크노크라트적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데 대해 불만을 느낀다. 테크노크라트적 접근이 유효하려면, 먼저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가난한 나라들에서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민주적 통치질서가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정치 문제,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다시 말해서 세계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또 아주 잘 쓴 책이기도 하지만, 불만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세계적 경제학자가 쓴 책이라 하기에는 지적인 흥미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한 마디로 말해서 독창성을 찾기가 어렵고,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유엔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나오는 비슷한 주제의 보고서들과 내용이나 문체가 너무 흡사하다. 또,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깊이가 얕다. 삭스가 다룬 많은 문제들이 실은 결론이 분명치 않고 논쟁거리가 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상세히 다루지 않고, 간단히 결론을 내려 버리니까,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더 분명한 이해를 얻으려면, 각각의 주제에 대해 더 전문적인 연구서들을 찾아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제프리 삭스의 커먼 웰스 책 리뷰를 마칩니다.